[바움가르트너, 4분20초 낙하… 최고 속도 마하 1.24 기록]
공기 희박한 성층권에선 음속 돌파시 소음충격 덜해
영하 70도까지 인체 보호… 피 끓는 현상 방지하기 위해 특수 가압 우주복 입었다
4분20초를 자유낙하한 '겁 없는 펠릭스(fearless Felix)'가 낙하산을 타고 지상에 사뿐히 내려앉은 뒤 무릎을 꿇고 손을 높이 들었다. 사상 최초로 '맨몸으로 음속을 돌파한 인간'이 된 기쁨의 표시였다.
오스트리아 출신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43)는 14일 미 뉴멕시코 주 로즈웰 상공 39㎞ 성층권에서 비행기구에 의존하지 않고 보호복과 헬멧만 착용한 채 최고 속도 마하 1.24(시속 약 1342㎞)로 낙하하는 데 성공했다.
◇"고공서 작은 존재임을 깨달아"
바움가르트너는 55층 빌딩 높이의 대형 헬륨 풍선에 매단 가압 캡슐을 타고 2시간37분 만에 39㎞ 높이에 도달했다. 캡슐 출입구를 열고 나온 그는 "사람들이 내가 보는 것을 같이 봤으면 좋겠다. 정말 높이 올라와야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바움가르트너는 특수부대원 출신으로 25년간 2500번 넘는 고공 스카이다이빙에 성공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세상의 정점에 서면 기록 같은 건 전혀 생각나지 않고 오로지 살아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음속을 돌파할 때 보호복 때문에 그 사실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레드불(에너지 음료 제조 업체)이 후원한 이 프로젝트는 우주인들이 착용하는 우주복 개발, 음속 돌파 시 인간의 몸에 끼치는 영향 등에 관한 각종 자료를 수집하는 것까지 목표로 뒀고, 지난 5년간 과학자 300여명이 참여했다. 최고 높이 스카이다이빙의 종전 기록은 고도 31.2㎞에서 최고 시속 982㎞로 낙하한 1960년 조 키팅어(84) 당시 미 공군 대위가 52년간 갖고 있었다.
◇이론보다 늦게 음속 돌파
바움가르트너의 점프는 물리학에서 초기 속도가 0인 상태로 지상을 향해 낙하하는 물체의 운동, 즉 '자유낙하(free fall)'로 설명한다. 자유낙하 속도는 공기 저항이 없다면 중력가속도(9.8m/s²)와 시간의 곱이며, 이론상 점프 후 31초 만에 음속을 돌파한다. 그러나 실제로 낙하 40초 뒤 시속 1110㎞의 음속(마하 1)을 돌파했고 점프 50여초 뒤 시속 1342㎞(마하 1.24)에 이르렀다가 속도가 줄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점프 20초까지는 이론대로 자유낙하를 해 시속 700㎞에 도달했으나 아래로 갈수록 공기 저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음속 돌파 시 엄청난 소음(소닉붐·sonic boom)이 발생하지만 공기가 희박한 성층권에서 음속을 돌파한 까닭에 충격이 덜했다. 고(高)고도에서는 인체 혈관에서 기체가 팽창해 기포가 되는 '피가 끓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우주 비행사, 비행기 조종사가 입는 가압 조종복을 통해 몸에 압력을 가해 피가 끓는 것을 막았다. 또 이 특수 조종복은 영하 70도까지 인체를 보호하도록 설계됐다.
(조선일보 2012.10.16. A10면 이영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