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 봉황? 참새?… 중국 “國鳥선정 꼬이네”

학 유력시됐다 學名이 ‘일본학’이라서 탈락

학(鶴)이냐, 참새(雀)냐, 봉(鳳)이냐. 중국이 나라를 상징하는 새인 국조(國鳥) 선정 작업과정에서 고민에 빠져 있다.

당초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던 학의 학명이 ‘Grus japonensis’, 즉 ‘일본학’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을 상징하는 국조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학은 머리부분이 붉다고 해서 붙여진 영문 명칭인 ‘Red-crowned Crane’을 의역한 단딩허(丹頂鶴)로 불린다.

중국이 국조 선정작업에 착수한 것은 지난 2003년 국가임업국과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가 전문가팀을 구성하면서부터다. 다음해인 2004년 5월부터 6월까지 전문가팀은 전국 20개 인터넷 매체와 연합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학이 500여만명의 네티즌 가운데 64.9%의 표를 얻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예로부터 중국인들에게 장수나 길조의 상징으로 여겨온 학이 국조로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국가임업국은 이 같은 조사를 토대로 지난해 국무원에 관련 자료들을 보내고 학을 국조로 선정해달라며 심사를 요청했다. 국무원에서 심사를 마치면 이 안은 국회인 전인대로 넘어가며 여기서 비준되는 대로 국조 선정절차는 끝난다.

하지만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학의 학명이 ‘일본학’이라는 사실이 전파되면서 국조 자격이 없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의 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는 ‘학의 국조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답변이 무려 7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황새목 저어새과의 따오기도 대안으로 거론됐지만 역시 학명이 ‘Nipponia nippon’으로 일본 냄새가 강해 후보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봉황과 참새 등이 새로운 국조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봉황은 권위와 부귀를, 참새는 생명력과 부지런함을 상징한다. 하지만 참새는 ‘너무 평범하다’는 이유에서, 봉황은 ‘상상의 새’라는 이유에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중국 정부는 이래저래 고민이다.

베이징 = 허민 특파원 minski@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