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비리 꿈틀대는 지자체 산하 1만7754개 위원회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의 전문성과 공정성 확보를 명분으로 도입한 각종 위원회가 갈수록 난립하고, 일부는 부실(不實)·비리(非理)의 몸통으로 변질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전국 지자체에 설치된 각종 위원회는 전년보다 836개가 늘어나 무려 1만7754개나 됐다.

위원회 숫자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도와 31개 시·군에 있는 2623개 위원회 중 12%가 2007년부터 3년 동안 회의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고, 10개 위원회 가운데 1개가 딱 한 번 회의를 열고서는 '개점휴업(開店休業)'상태다. 지자체 산하 위원회는 지자체장들의 선거를 대비한 인맥관리용이 많고, 계획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지자들을 모아놓은 것도 적지 않다. 이런 위원회가 서울에 1978개, 경북에 1630개, 전남에 1595개, 강원에 1419개나 된다고 하니 공무원들이 그 이름이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지자체 위원회 중에서 도시계획위원회, 교통영향평가위원회, 환경영향평가위원회처럼 굵직한 사업의 방향을 정하는 심의위원회는 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汚名)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파주·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입찰 비리 사건에서는 건설사가 심의위원회 위원에게 수억원의 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재해(災害)영향평가 심의를 맡은 교수 2명은 골프장 사업자 등으로부터 3억1000만원을 받았다가 뇌물죄로 구속되기도 했다. 위원의 위촉(委囑)과 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사전 검증이나 사후 통제 장치가 전혀 없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중앙 정부 산하 431개 위원회 중 고작 16개 위원회를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문제만 생기면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만들고 있다. 중앙 정부가 이렇게 성의없이 나오는 판에 지자체인들 위원회를 정비할 턱이 없다. 전문가 여론 수렴이라는 가면 뒤에서 '위원회 공화국' 망령이 떠돌도록 언제까지 내버려둬야 하는가. (조선일보 사설 2010.8.23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