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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벚꽃 1번지 윤중로… 무궁화는 쓰레기 옆에 잡목처럼 서 있었다 1630 HIT

[보이지 않는 國花, 무궁화] [2] 잘려나가고 시들어 꽃도 안 피어… 방치된 현장 가보니

-남산식물원서도 제대로 못 자라
이상하게 가지쳐 잔가지 수북… 1.5~2m 띄어 심어야 하지만 30㎝씩 심어 꽃 제때 못 피워
-벚꽃·목련·개나리에 떠밀려
서울시가 관리 맡은 5만 그루, 거리·뒷골목 방치된 채 죽어가… 산림청, 수량조차 파악 못 해

한강을 따라 1.7㎞ 벚꽃길이 조성된 서울 여의도 윤중로. 올해 4월 벚꽃 구경꾼 800만명이 찾았던 이곳엔 벚꽃뿐 아니라 국화(國花) 무궁화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무궁화는 큰 나무 그늘 밑에서 햇볕을 받지 못해 꽃을 피우지 못했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무궁화는 5만여 그루로 집계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무궁화가 서울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무궁화 대부분이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

12일 오전 10시쯤 본지 취재팀이 윤중로를 찾아 살펴본 무궁화는 벚나무 뒤쪽으로 듬성듬성 자리했고, 잡목처럼 방치돼 있었다. 윤중로 벚나무 가로수길에서 한강공원으로 들어가는 샛강다리 입구 길목의 무궁화 두 그루는 나팔꽃 덩굴과 잡초에 둘러싸여 말라 죽어가는 모습이었다. 꽃이 간신히 피었지만 이미 꽃잎이 누렇게 변했다.

윤중로에서 20여m 떨어진 한강공원에 핀 무궁화 주변에는 먹다 남은 음식 쓰레기, 빈 페트병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무궁화는 양지바른 곳에서 햇볕을 충분히 받아야 꽃을 피울 수 있지만, 윤중로 벚나무 가로수길을 따라 50m가량 늘어선 무궁화 20여 그루는 그늘 때문에 햇볕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이로 인해 개화 시기인 7월이 한참 지났지만 이제야 꽃눈이 맺히기 시작했다. 주민 최구하(58)씨는 "나도 누가 알려줘서 이게 무궁화인지 알게 됐다"며 "심은 지 10년이 넘었다는데 활짝 핀 무궁화를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주변의 무궁화가 마구잡이 가지치기로 개화시기가 지났지만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왼쪽)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 쓰레기수거장은 무궁화 군락 옆에 위치해 있다. 무궁화가 사람들의 눈에 안 띄는 구석진 곳에 있기 때문이다.(오른쪽)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주변의 무궁화가 마구잡이 가지치기로 개화시기가 지났지만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왼쪽)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 쓰레기수거장은 무궁화 군락 옆에 위치해 있다. 무궁화가 사람들의 눈에 안 띄는 구석진 곳에 있기 때문이다.(오른쪽) /이덕훈 기자
이날 서울 용산구 남산야외식물원 안에 조성된 무궁화단지엔 23개 품종 1500여 그루의 무궁화가 빽빽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무궁화 꽃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개화 시작 시기가 한참 지났지만 한 그루에 한두 송이가 간신히 피었을 뿐이다. 잘못된 가지치기,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무궁화를 심는 밀식(密植) 때문이다. 마구잡이식 가지치기로 잔가지가 수없이 자라면서 영양분이 분산됐고, 최소 1.5m 간격을 두고 심어야 하는 무궁화를 30㎝ 간격으로 심어 꽃을 제때 피우지 못했다. 이 식물원에서 무궁화를 관리하는 인부는 "위에서 (가지를) 치라길래 일반 나무처럼 똑같이 높이에 맞춰서 쳤다"고 말했다. 최석복 남산야외식물원장은 "무궁화는 따로 관리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부 기관에서 무궁화 관리 지침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궁화를 보러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을 리 없다. 하루 수십명만 이곳을 찾는다. 이날 식물원을 찾은 대학생 이모(22)씨는 "꽃이 거의 없어 실망했다"며 "뭣 하려고 이렇게 많이 심어놓았나 싶다"고 했다.

시민들이 자주 찾는 서울의 명소에서 나라꽃 무궁화를 찾기는 쉽지 않다. 벚꽃으로 유명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는 32종류의 장미를 볼 수 있는 장미원은 있지만 무궁화는 공원 벤치 뒤 느티나무 그늘에 숨어 있는 것이 전부다. 국립 서울대에서도 벚나무·목련·개나리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무궁화는 캠퍼스 내 몇몇 버스 정류장 뒤쪽에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채 간신히 몇 그루가 남았을 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무궁화 관리 지침을 만들긴 했는데 이게 일선 관리자들에게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매년 새로운 무궁화공원 1개를 만들기 위해 예산 3000여만원을 편성하고 있지만, 이미 만들어 놓은 무궁화공원 관리를 위한 예산은 없다.

서울시만 그런 것도 아니다. 산림청은 작년까지 전국에 무궁화동산 39개를 마련했지만, 이곳의 무궁화 수량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무궁화동산 관리에 무관심하다. 서울대 원예생명공학과 김기선 교수는 "많이 심는 것보다 한 그루를 심더라도 잘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것이 나라꽃의 품격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3.8.13 김정환 기수경 배용준기자)
DATE : 13-08-13 04:46  |  NAME : 관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