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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國花, 무궁화] "벚꽃 축제는 인산인해, 무궁화 축제는 조용… 國花, 화장실 옆만 무성" 1439 HIT

[1] 보급·가꾸기 운동 40년… '무궁화 사나이' 김석겸씨의 한탄

- 무궁화, 법적으로도 國花 아냐
구한말부터 국가 상징으로… 산림청, 國花 지정법 준비 중

- 30년 前 '무궁화 보급계획'
당시 예산 수백억원대 투입해 무궁화 묘목 2300만그루 보급
지금은 대부분 죽거나 사라져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던 1982년은 정부에서 막 '무궁화 1000만 그루 심기 운동'을 하겠다고 발표한 때였습니다. 10년만 지나면 우리나라가 무궁화로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그때 심었던 무궁화가 지금은 다 죽거나 공원 공중화장실 옆에 방치돼 있어요."

김석겸(79)씨는 40년 넘게 무궁화 보급과 바르게 가꾸기 운동을 해온 무궁화 전문가다. 본지 1982년 8월 15일자 신문은 '천대하는 풍토 부끄러워 몸·마음 바친 무궁화 사나이'로 김씨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에 핀 무궁화 옆에 선 김석겸(79)씨. 오른쪽 사진은 31년 전 광복절인 1982년 8월 15일자 본지 한 면에 걸쳐 게재된 김씨 인터뷰
지난 2일 서울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에 핀 무궁화 옆에 선 김석겸(79)씨. 오른쪽 사진은 31년 전 광복절인 1982년 8월 15일자 본지 한 면에 걸쳐 게재된 김씨 인터뷰. /김연정 객원기자
1982년 당시 김씨는 이미 10년째 무궁화 보급 운동을 하고 있었다. 서울 주변에서 무궁화 묘목을 재배하는 곳이 없어 부산, 경남 진주, 충남 부여, 전북 무주의 무궁화 묘목장을 돌았다. 10년 동안 김씨가 사재를 털어 보급한 무궁화만 37만 그루다.

무궁화는 구한말부터 태극기와 함께 국가 상징으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 국화(國花)로 법제화되지 않아 민간에 떠도는 오해와 편견에 취약하다. 산림청은 현재 무궁화를 국화로 지정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김씨는 무궁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책도 쓰고 다큐멘터리 영화도 만들었다. "일제(日帝) 강점기 때 일제가 악의적으로 퍼뜨린 '무궁화는 눈병과 부스럼이 옮고, 벌레가 꼬이는 나쁜 꽃'이라는 말을 믿는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무궁화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선 잘못된 인식부터 바꿔야 했습니다."

1983년부터 1986년까지 진행된 제1차 무궁화 보급 계획, 이른바 '무궁화 1000만 그루 심기 운동'에서도 김씨는 주요한 역할을 했다. 1982년 당시 내무부 장관이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자택이 있던 연희동에서 열린 동네 반상회에 참석했는데, 이웃 주민이었던 김씨가 이 반상회에서 노 전 대통령을 만나 책과 영화를 보여준 뒤 무궁화 심기 운동을 제안했던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듬해 제1차 무궁화 보급 계획을 실행에 옮겼고, 대통령에 당선된 후 1990년에는 제2차 무궁화 보급 계획도 시행했다.

1983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정부 차원의 무궁화 묘목 보급은 2300만 그루가 넘는다. 수백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현재 무궁화 보급과 관리 실태는 어떨까. 김씨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면서 "나라꽃이라는 걸 숨기고 싶을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무궁화 생육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묘목을 갖다 심고 마구잡이로 가지를 치면서 당시에 보급됐던 무궁화 대부분이 죽었고, 남은 것들은 처치 곤란이라 구석에 방치되거나 울타리용으로 옮겨 심어졌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공중화장실 앞에 피어 있는 무궁화. 공중화장실 앞에 있는 두 그루의 무궁화는 탑골공원에 있는 거의 유일한 무궁화다. 서울 시내 상당수 무궁화가 이렇게 공중화장실 옆에 방치돼 있거나 울타리용으로 쓰이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공중화장실 앞에 피어 있는 무궁화. 공중화장실 앞에 있는 두 그루의 무궁화는 탑골공원에 있는 거의 유일한 무궁화다. 서울 시내 상당수 무궁화가 이렇게 공중화장실 옆에 방치돼 있거나 울타리용으로 쓰이고 있다. /김수경 기자
정부도 무궁화 관리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산림청에서 무궁화 보급 및 생육 실태를 확인하는데, 지방자치단체에서 보내오는 수치가 매년 큰 차이를 보인다. 산림청 관계자는 "1년 만에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수치를 보내오는 곳도 있다"며 "각 지자체에서 아무 관심도 없다가 위에서 협조 공문이 오면 서둘러 주먹구구 식으로 파악한 수치를 보내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 무궁화가 어디에 얼마만큼 있는지는 누구도 모르는 셈이다.

김씨는 올해 봄에도 주변 지인들로부터 "벚꽃 구경 가자"는 제안을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기분이 착잡하다고 했다. 김씨는 1982년 인터뷰에서 "벚꽃 축제는 열리면서 왜 무궁화 축제는 없느냐고 자식들이 묻는다면 무엇이라 대답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애국가 후렴에 의문을 갖지 않도록 무궁화가 삼천리에 가득한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며 "요즘 어린아이들은 '우리나라 꽃을 무궁화 말고 다른 예쁜 꽃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얼마 전 서울 마포구에 무궁화에 대한 잘못된 관리를 시정해달라는 탄원서를 보냈다. 집 근처에 있는 무궁화 군락에 대한 무분별한 가지치기로 개화(開花) 시기가 됐지만 꽃이 제대로 피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무궁화는 7월부터 꽃이 피는데 5~6월에 다른 꽃나무와 함께 가지치기를 하면서 갓 생기기 시작한 무궁화 꽃눈이 전부 잘려 나갔다는 것이다. 김씨는 "1971년부터 무궁화만 생각하며 살아온 시간이 40년이 넘었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궁화를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3.8.12. 1.A8면 박상기. 김정환 기자)
DATE : 13-08-12 04:47  |  NAME : 관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