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없는 比 바자오족에 '한글' 선물

한글나라사랑본부, 현지서 1200명 상대 글씨 가르쳐

대전에 본부를 둔 한글단체 '한글나라사랑국민운동본부'(회장 함은혜)가 글자가 없어 자신들의 말을 표기할 수 없는 필리핀의 소수부족인 바자오부족 주민들에게 한글을 전파했다.

심재율 한글나라사랑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과 회원 등 5명은 지난달 17일부터 보름 동안 필리핀 민다나오섬 다바오시에서 한글교실을 열었다. 현지인들이 한글을 익혀 자신들이 쓰는 토착어를 글로 적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빈민촌에서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 등을 대상으로 하루 3차례씩 한글 집중교육을 벌였다. 1000여명의 어린이와 200여명의 주민들이 한글 배우기에 참여했다. 또 현지인교사 파체코씨 등과 함께 한글 자모에 색칠하기, 사용하지 않는 한국 중고 휴대전화로 한글 자음과 모음 익히기, 한글옷 티셔츠 만들기, 한글노래 부르기 등 다양한 방식의 한글교육을 벌였다. 낮에 일하느라 시간이 없는 어른들을 위한 야간 한글학교도 열어 한글 전파에 힘썼다.

교육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5일 정도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서툴지만 조금씩 한글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글강사로 동행한 이정일씨는 "말이 안 통하는 아이를 가르치면서 10% 정도만 따라와도 다행이라 여겼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절반 정도가 따라와 놀랐다"고 말했다.

한글나라사랑국민운동본부는 바자오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티나지역 마을공동시설에서 한글학교 개교식을 갖고, 오래전부터 한글을 배워온 현지인 부부를 현지인 교사로 임명했다. 또 한글교실에 참여한 어린이들에게 '한글이 좋다'는 로고가 적힌 붉은색 셔츠를 나눠주며 따스한 정을 나눴다. 운동본부는 글이 없는 다른 소수부족을 상대로 한글 보급운동을 계속 벌여나갈 계획이다. 심재율 사무총장은 "한글을 통한 문맹 퇴치는 한글을 세계화시키는 작업"이라고 말했다.<2010.5.7 우정식 기자>

▲ 필리핀 바자오부족 주민들이 한글나라사랑국민운동본부가 마련한 한글교실 강의를 듣고 있다. /한글나라사랑국민운동본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