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통합으로 한 발짝씩이라도 나아가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우리 사회의 계층·이념·지역·세대 간 갈등과 분열의 치유책을 찾는 방안으로 제안했던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가 23일 정식으로 발족했다. 사회통합위원 32명은 지역·종교·세대별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고, 전(前) 정권에서 총리·장관을 지냈거나 청와대 고위직을 역임한 사람들도 참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발족식에서 "대통령 눈치 보고 할 말 못할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사회통합위 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사회통합은 국민소득 2만달러 문턱에 선 우리가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라며 "서로 신념과 의견, 가치가 달라도 적대감 없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사회가 통합되려면 더 가진 사람이 존경받고 덜 가진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사회적 강자가 도덕적 책무를 다하고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세상을 너무 쉽게 둘로 갈라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고 주장해 왔다"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역·이념·이익·세대로 갈려 무슨 문제 하나 순리로 풀려가는 것을 보기 어려울 정도다. 당장 국회는 오늘도 충분히 타협할 수 있는 문제들을 놓고 극한적인 지역 대결, 정략 대결을 벌이고 있다.

사회통합위는 사회 통합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대통령과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제안을 내놓고 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다. 수십년 고질병인 분열과 갈등을 위원회 하나가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이제 우리는 그 방향으로 한 발짝씩이라도 나아가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2만달러 문턱,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아 우리끼리 아옹다옹하는 현실을 넘어설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사회 통합까지 소리가 나고 시끄러워도 긴 호흡을 갖고 가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이런 마음가짐으로 정치권을 대하고, 여야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적(敵)이 아닌 경쟁의 대상으로 삼는 인식 전환을 해야 한다. 사회 통합은 결국 여기서부터 풀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2009.12.24 A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