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샛강공원에 방치돼 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표지석이 40여년 만인 작년 7월 제자리인 여의도 윤중제로 돌아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윤중제는 서울시 한강개발계획에 따라 여의도 주위에 만들어진 제방도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968년 6월 윤중제 준공식에서 공사에 쓰인 마지막 40만3001장째 화강암 블록에 '漢江開發(한강개발)'이라는 친필 휘호(揮毫)를 새겼다. 이 휘호석은 윤중제 제방에 묻혔다가 넉 달 뒤 김현옥 전 서울시장이 윤중제 건설 취지를 담은 오석(烏石)과 '박정희 대통령 각하 휘호'라는 설명을 새긴 돌패를 추가해 높이 1.4m, 너비 1m의 표지석으로 제작하면서 같은 위치에 세워졌다.

하지만 이 표지석은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며 방치됐다고 한다. 1970년 준공된 마포대교(당시 서울대교)를 중심으로 한 여의도 주변 도로가 확장되면서 윤중제는 점차 축소됐고, 하루가 멀다고 공사가 벌어진 여의도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표지석의 존재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히는 듯했다. 이 표지석은 공사 과정에서 유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8년 서울시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한강 개발의 역사가 기록된 유일한 기념비가 여의도 샛강공원에 방치돼 있다"는 한 시민의 제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제보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마포대교 주변 도로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표지석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제보를 접한 서울시가 문화재위원회 위원 3명을 대동하고 샛강공원에 가보니 어렵지 않게 표지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수정 서울시 문화재연구팀장은 "두 위원이 한강개발과 여의도 건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유물인데 이대로 두면 안 된다고 평가했다"며 "이후 문화재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제자리에 옮겨 영구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서울시에 제시했다"고 했다.

하지만 표지석에 대한 조치는 당장 이뤄지지 않았고,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이후인 작년 5월에 "비석이 그대로 있는 것 같은데 조치해달라"는 민원이 또다시 제기됐다. 서울시는 뒤늦게 표지석을 원래 있던 곳인 윤중제 제방으로 작년 7월 옮겼지만 이러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오석과 휘호석은 손상이 심하지 않아 그대로 뒀지만, 김 전 서울시장이 새긴 돌패 부분은 손상이 심해 탁본을 떠서 원본을 재현했다. 원본은 서울역사박물관으로 보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문화재법상 50년이 지나야 문화재 지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2018년 문화재 등록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