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애국가를 '무궁가(無窮歌)'라고 표기한 자료가 처음 발굴됐다. 신나라레코드 김기순 회장은 "애국가 8편이 수록된 필사본 애국창가 가사집을 입수했다"며 26일 본지에 공개했다.

필사본은 손바닥만 한 크기(가로 10㎝, 세로 16.5㎝) 수첩이다. 표지엔 아무 표기가 없고, 45편의 애국창가 가사를 여러 방향으로 썼다. 이 중 7편은 제목을 '애국가'라고 썼고 한 편은 '무궁가'라고 표기했다. 노트 내용 중 '총독부' '일인학교일람(日人學校一覽)' 수업 학과목, 총독부 통계자료 등이 확인돼 수첩 주인은 한국인 총독부 관리나 교사로 추정된다.

자료를 분석한 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는 "현 애국가를 '무궁가'로 표기한 유일한 자료"라며 "현 애국가와 후렴 가사가 같아 동일한 작사자일 가능성이 높다. '무궁화가'를 윤치호(1865~1945)가 작사했기 때문에 현재의 애국가 작사자도 윤치호임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주장했다. 근거는 독립신문 1897년 8월 17일자 기사. "8월 13일 서대문 독립문 근처 독립회관에서 열린 조선개국 505회 기념식에서 배재학당 학생들이 '무궁화 노래'를 불렀다. 윤치호가 이날 행사를 위해 작사한 것이다. 학생들은 이 시를 '올드 랭 사인' 곡조에 맞춰 불렀다"라는 내용이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하는 애국가 후렴이 무궁가에 동일하게 나오므로 무궁화 노래 작사자인 윤치호가 애국가 작사자라는 설명이다.

작사자 미상의 애국가 가사를 윤치호가 썼는가 안창호가 썼는가 하는 것은 오랜 논쟁거리였다. 윤치호설 옹호론자들은 "윤치호는 1907년 애국가를 작사했고 1908년 발행한 찬송가 책 '찬미가'를 통해 보급했다"고 주장한다. 안창호설 옹호론자들은 "안창호가 애국가를 작사했으며 도산이 평양에 설립한 대성학교에서 보급했다"고 주장해 왔다. 국사편찬위원회는 1955년 윤치호 단독 작사설을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 11, 반대 2로 만장일치를 끌어내지 못해 결론을 유보했다. 이번 자료는 윤치호설에 힘을 실어준다.

김 이사는 "이 무궁가의 일부 가사는 윤치호가 쓴 '찬미가' 제10장과 같다. 당시 윤치호가 강연자였기 때문에 배재학당 학생들에게 부르게 했고, 이후 후렴을 그대로 쓴 현재의 애국가를 1907년 작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개의 애국창가 자료집은 1902년 정부가 제정한 '대한제국 애국가'를 수록했는데 이 곡이 없는 것으로 보아 민간에서 불리는 것을 취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 번에 알아볼 수 없게 여러 방향으로 돌려가며 썼다. 총독부에서 압수한 것을 고스란히 옮겨 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