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국화․국가, 국가상징논쟁 대한민국 발목 잡는다.

국가정체성 확립을 위해 국가의식을 고취하는 수단의 하나로 민족정기와 역사, 문화, 사상 등이 스며들어 있는 국가상징이 있다. 여기서는 국민의 합의를 바탕으로 국민통합의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상징과 충․효․예 정신에 대해 살펴본다.

국가상징물이 추구하는 목표인 국민통합은 강제적 통합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여 화합과 조화를 기초로 한 “규범적 사회통합”을 이루는 것을 지향한다. 더불어 이를 통해 사회의 도덕적 혼란을 방지하고 문화의 지속성을 보장함으로써 국가의 영속을 도모하여 국가이미지를 드높이는데 목적이 있다.

최근 한 국회의원이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면서 현행법으로 정한 것이 없고, 애국가는 나라를 사랑하는 노래의 하나에 지나지 않으며, 개인적으로는 아리랑을 선호한다고 하여 국민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애국가’를 국가로 받아들이지 않는 인식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 애국가가 아닌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항의의 뜻으로 부르면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애국가 부정하는 국회의원

1991년 4월 일본 지바에서 개최된 제41회 세계 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한이 단일팀으로 참가하면서 한반도기와 아리랑이 남북한 단일팀의 국기와 국가로 처음으로 사용됐다. 그 후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7년 장춘 동계아시안게임 등의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공동으로 입장해 세계 스포츠계에 좋은 인상을 남겼다. 2009년 9월 안양시청에서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 가입행사를 할 때 국민의례에서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제창을 거부해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국가를 대변하는 태극기와 애국가의 위상과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인식을 떨어뜨려 근래에 와서 아파트 거주 주민들이 국경일에 태극기를 내거는 비율은 10%도 안 될 정도이다. 지난해 연말 한 신문에 ‘태극기 의미 꼭 알아야 하나요? 한국인 무관심 심각’이라는 제목아래 ‘65.3%가 초등학교 이후 국기 그려본 적 없어’ 라는 부제가 붙은 충격적인 기사가 실렸다. 지난 3월초에는 서울의 초등학교 학생 100명에게 애국가를 불러보게 하고 가사를 적게 했더니 4절까지 적어낸 학생은 단 1명도 없었고, 1절 이상을 적어낸 학생은 36명에 불과하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이 같은 언론보도는 국가상징물인 국기와 국가를 선양하는 데 개선책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지난 60년을 역동의 세월로 보냈다. 1945년 일제강점기를 벗어나 광복을 맞으나 강대국에 의해 다시 남북으로 나뉘어 3년이 지난 1948년 8월에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 그리고 2년도 안되어 6.25전쟁으로 국토는 폐허가 되고, 국민들은 배급품에 시달려야 했다. 자원이 없는 가난한 분단국 국민들의 살길은 막막했다.

대한민국은 새마을 운동을 통한 근대화와 공업입국을 통한 산업화 정책으로 잘사는 나라의 기틀을 마련하고, 그것을 발판으로 민주화를 이루었다. 그리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남북화해와 균형발전 녹색성장 같은 국가발전의 비전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양극화 등 사회적인 갈등요소가 심각하게 제기되어 선진화의 발목을 잡는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분열로 국가비용 낭비

우리나라는 지금 너무나 많은 욕구분출로 국민통합이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사회분열로 말미암아 불필요한 비용이 너무나 많이 낭비된다. 이를 치유하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바로 달성돼 선진국이 된다고 한다. 유럽의 선진국들도 이를 치유하고 선진국가로 올라서는데 한 세기를 더 보냈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사회는 윤리교육의 부재로 비인륜적, 반사회적인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일부 지식층의 이기주의와 반목현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제는 국가의 기본을 바로 세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국가의 기본이 되는 충‧효‧예는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정신적 유산이다.

어느 민족에게나 윤리와 도덕에 기초한 인간성 회복은 그 민족 고유의 정신문화의 궁극적 지향점일 것이다. 세계 주요국가의 민족정신을 찾아보면 미국은 뉴프런티어, 일본은 사무라이, 이스라엘은 시온이즘, 유럽은 기사도, 중국은 중화사상 등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민족 동질성과 인간성 회복을 이룩해야 비인륜․ 반사회적인 사건 등을 막을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전통가치인 충‧효‧예는 하나의 정신덕목으로 가정에 대한 효(孝) → 사회에 대한 예(禮) → 나라에 대한 충(忠)이라는 연계성이 있다. 여기서 가정에서의 효는 사회에게 지켜야 할 예의 기초가 되고, 국가에서 요구하는 충의 밑바탕이 된다.

충‧효‧예 교육을 통한 나라사랑은 역사와 뿌리를 알게 하는 동시에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구성원으로 갖춰야할 도리를 깨닫게 하는 작용을 한다. 가정에서 부모가 모범을 보이며 태극기달기 등의 도리를 다할 때 자식들이 이를 본받으며 자라서 나라의 훌륭한 인재가 된다. 충‧효‧예 교육과 국가상징물 선양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면 민족 동질성은 회복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5000년 충‧효‧예 역사를 바탕으로 ‘새 5000년 역사를 위하여’ 국가상징물을 올바르게 정하고 선양함으로써 국가 만년대계를 잇는 초석을 굳건히 해야 한다.

국민통합의 기초가 되는 국기, 국가, 국화 등 국가상징은 관련 학문이 여러분야에 걸쳐 있어 연구자가 없었던 탓에 그동안 명확히 정립되지 못했고 그 결과로 법률로서 제정되지 못했다. 2007년 1월 26일 처음 제정된 ‘국기법’은 의전에 필요한 규격과 게양, 경례 등에 관한규정이 전부이다. 나라문장과 국새는 통제규정만이 있을 뿐이며, 애국가와 무궁화는 규정조차 없는 상태다. 원래 선양의 취지는 명성이나 권위 따위를 널리 떨치게 함이나 국기법이 담고 있는 내용은 의전 외에는 관습적인 선양활동뿐이라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국가상징을 하나의 연관된 논리를 갖춘 이념적 모델로 발전시켜 선양할 필요가 있다. 세계 각국의 국가상징을 종합해 분류하면 철학, 음악, 미술, 생물, 문화, 체육, 건축 등 7개에 이른다. 인간의 활동을 살펴보면 ‘생각하고(철학)’ ‘노래하고(음악)’ ‘그리고(미술)’ ‘좋아하고(생물)’ ‘즐기고(문화)’ ‘지키고(체육)’ ‘만드는(건축)’ 학문적인 요소는 같다.

학문별 대표상징물은 나라깃발인 국기, 나라노래인 국가, 나라문장인 국장, 나라꽃인 국화, 나라언어인 국어, 나라운동인 국기, 나라물건인 국물이 있다. 이외에 미술의 국색, 생물의 국목(나무)․ 국수(동물)․ 국조(새), 그리고 국물은 건축물․ 미술품․ 유물․ 유적지로 구분된다. 건축물은 자유의 여신상, 미술품은 다빈치의 모나리자, 유물은 오벨리스크, 유적지는 만리장성 등을 꼽는다.

이를 우리의 경우에 접목하면 우리 국민들과 친근한 태극기, 애국가, 나라문장(가칭 한반도), 무궁화, 태권도, 한국어, 그리고 국가미래와 국민희망의 구심점(가칭 선진화) 등 7가지의 국가상징물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학문이나 철학인 태극기는 흰 바탕ㆍ태극ㆍ4괘로 민족성ㆍ천지창조ㆍ우주만물을, 음악인 애국가는 희망ㆍ기상ㆍ한마음ㆍ애국ㆍ발전ㆍ단결을, 미술인 한반도(가칭)는 태극ㆍ무궁화ㆍ리본의 동서양 중심을, 생물인 무궁화는 민족성ㆍ끈기ㆍ무궁무진을, 문화의 기초인 한국어는 문자로서 문화국가를, 체육인 태권도는 운동의 기초로 정신과 체력단련을, 건축인 선진화(가칭)는 선진통일국가와 한민족의 정신이다. 이와 같이 7가지가 통합 선양될 때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된다.

‘국가 상징물의 날’ 필요

국민통합에 활용되려면 △태극기는 국민이 공감하는 숭고한 의미부여와 태극문양 복원을 △애국가는 작사자 선정과 가사의미를 △한반도(가칭)는 애칭 지정과 선양 활용을 △무궁화는 국민이 좋아하는 품종개발과 노거수관리를 △한국어는 광화문 현판과 국가기관 한자심벌 정비를 △태권도는 올림픽 영구종목 지정노력과 태권도원의 성지조성을 △선진화(가칭)는 국민의 구심점인 선진화상징물 건설 등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가상징물의 날’ 행사를 통해 효율적이고 종합적인 선양활동이 이루어진다면 국민들의 나라사랑 정신은 함양될 것이다. 국가상징 선양을 통한 자연스러운 국민통합은 국격을 높이고 국가이미지를 향상함은 물론 관광 자원화로 국가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민족정신인 충․효․예와 자랑스러운 국가상징물을 통해 사회질서가 확립되고 나라사랑 정신이 함양되도록 ‘국가상징물 지정 및 선양 법안’을 하루라도 빨리 법으로 제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세계 최초의 국가상징물 모델을 정립함으로써 ‘대한민국 선진화의 지름길’을 열어 나가야 한다.

(김원길 국가상징물연구가 자유마당 글 2012-8월호 16~1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