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와 박정희 前 대통령

보릿고개를 생각하면 누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린다. 이 말은 196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사라지기 때문에 그의 시발점이라고 본다. 지난해 이맘때 책을 쓰기 위해 고향인 치악산 자락 밑에 자리한 300m분지인 신림면 마지 뜰을 찾았다.

신림에는 역사적으로 국가원수가 다녀간 적이 44년 전 딱 한 번 있었다. 세월이 흘러 이를 자세히 아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신림 이장의 수소문으로 현장에서 한 주민에게 얘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인근에 당시 면 직원으로 참여했던 분도 만날 수가 있었다. 현장의 얘기로는 박 전 대통령이 다녀간 기록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한 주민의 기억으로는 가뭄이 들어 양수기로 물을 퍼 올리고 좀 추웠다는 얘기가 전부였다.

춘천에 산다는 한 분의 내용도 비슷했지만 방문한 날은 오전에는 춘천댐 준공식에 참석하고 오후에 오셨다는 증언을 해주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군과 관의 관계자는 모두 떠나고 기록도 남지 않아 주민이 어렴풋이 아는 내용으로 기념비를 세운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방문일도 1년 전인 1964년 6월12일로 썼고 취지에도 마지뜰 천수답을 수리안전답으로 만들어 주셨다고 기록되었다.

이보다 더 큰 박 전 대통령의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우리나라의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해 춘천댐 준공식과 신림 마지뜰을 방문해 2개월에 걸친 가뭄에 대비한 농업용 지하수 개발시험 결과의 확인이었다. 이를 통해 하늘만 쳐다보던 전국의 농촌을 수리안전답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었다. 그 후 품종개발과 비닐하우스 도입 등으로 농촌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주민은 농업용 지하수 개발은 잘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추측만으로 아직도 방문일을 표식에 1965년 7월10일이라고 적고 있다. 그렇지만 그해인 1965년부터 71년까지 6년간에 걸쳐 농촌진흥청에서 통일벼 종자를 개발한다.

또 다목적 댐 건설과 전국의 경지정리를 통한 수리안전답을 설치해 통일벼를 심으면서 1970년대를 지나 보릿고개라는 말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강원일보 2009.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