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 '대한민국 국기게양식' 보고 싶다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길가 곳곳에 세워진 대형 성조기를 자주 본다. 다민족들이 모여 사는 이민의 나라답게 국기는 국민의 마음을 한곳에 모으는 표상이 된다. 미국 청소년들은 어릴 때부터 성조기 그늘 아래서 자란다. 해병대 출신들은 성조기와 해병대기를 함께 걸어두고 평생 자부심을 가지고 산다. 2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들은 '유황도의 성조기' 사진을 갖고 있다. 총탄이 빗발치는 속에 여섯 명의 해병들이 유황도 스리바치 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는 이 장면은 조국에 대한 열정과 승리의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몸은 비록 늙어가도 국가에 대한 정신만은 늘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또 행복해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에게도 잊혀지지 않는 태극기가 있다. 9·28 수도 서울 탈환 후 중앙청에 꽂았던 태극기 깃발이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가 되었을 때 홀연히 솟아오른 이 태극기는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우리 국민 가슴 속에 새겨진 영원한 감격이고 환희에 찬 모습이다.

그런데 요사이 우리 국민들이 새해 첫날 아침을 맞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전국 어디서나 예외 없이 떠들썩한 해맞이에만 들떠 있다.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고, 자식들에게 벅찬 애국심을 심어줄 만한 뜻 깊은 행사는 찾을 수가 없다. 천안함이 폭침당하고, 연평도가 포탄 세례를 받아 불타올라도 국민정신을 분발시키는 그 어떤 행사도 열리지 않는다.

북한의 포신은 우리를 겨누고 있는데도 국민의 리더라는 정치인이나 지식인, 교육자마저 대한민국 국민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좌경화되어 있다. 누구를 믿겠는가. 서글프지만 우리 국민이 스스로 나라를 지킬 수밖에 없다.

우선 청소년들에게 국가관을 심어주자. 집에서는 부모가, 동네에서는 이웃의 어른이 청소년들의 지도자가 돼야 한다. 60대 중반 이상 세대들이 오늘의 한국을 일구었다. 그 불굴의 정신을 계승시키자. 2011년 첫날 아침. 전국 어느 한 곳에서라도 조국의 기상을 드높이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며 창공에 태극기를 올리는 '대한민국 국기 게양식'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자리에 늠름하게 서서 '보국(輔國)의 맹세'를 하는 자랑스러운 청소년들의 기상을 봤으면 좋겠다. <조선일보 2010.12.24 오피니언 김종수 문화도시울산포럼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