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무술 삼국지' 절대 군주는 태권도

37개 국가서 247명 출전… 우슈(193명)·가라테(185명)

출전국 절반이 한국인 감독, 개도국들엔 희망의 스포츠

광저우판 한중일 '무술 삼국지'가 뜨겁다. 한국의 국기 태권도가 쌓아올린 아성에 일본 가라테(空手), 중국 우슈(武術)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싸움에서 절대 군주는 태권도다. 태권도에 출전한 국가는 37개국 247명이다. 아시안게임 출전국(45개국)의 80%가 넘는다. 우슈(193명), 가라테(185명)는 상대가 안 된다. 출전 선수도 세부 종목 포함 전체 55종목 중 12번째다. 육상·축구·야구 등을 제외하면 가장 많다. 우슈는 19번째, 가라테는 21번째다. 금메달 수도 태권도(16개)는 우슈(15개), 가라테(13개)를 앞선다. 전 세계 8000만명의 태권도 인구 중 30%가 넘는 2500만명이 아시아에 있다.

태권도의 위용은 16일 광동체육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체육관에는 "차렷" "3점!" "빨리" 같은 한국어가 쩌렁쩌렁 울렸다. 태권도 출전국의 절반 정도가 모두 한국인 감독이기 때문이다. 심판들이 이날 '리허설'에서 내린 판정 연습도 모두 한국어였다. 일본·중국이 이러한 태권도를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이 됐지만 우슈·가라테는 아직 그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엔 처음 전자호구도 도입됐다. 빠르게 때리고 맞으면서 전광판에 정확한 점수가 자동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주로 심판의 눈에 의지해 승부를 가리는 우슈, 가라테보다 판정을 공정하게 만든다. 시드니올림픽 후 경기장도 가로·세로 12m→8m로 줄어들었다. 도망갈 곳이 없으니 싸울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 출신의 임통진 아시아태권도연맹 심판위원장은 "바뀐 규정과 전자호구 덕분에 더 즐거운 태권도가 됐다"고 했다.

더구나 태권도는 아시아의 저개발국에서 '출세길'로 통한다. 총 9명의 선수가 출전한 부탄, 29명이 나선 동티모르 등에 꼭 태권도 선수가 끼어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글라데시 이주상 감독은 "이번 대회 태권도에 한국 돈으로 최고 350만원의 포상금을 정부에서 걸었다"며 "350만원이면 집을 한 채 살 수 있다"고 했다.

스리랑카 이기수 감독도 "태권도는 스리랑카 군 최고의 스포츠"라며 "군경으로 이뤄진 우리 팀 선수 2명은 이번 대회에서 부와 명예를 동시에 노린다"고 말했다. 17일부터 나흘간 펼쳐질 태권도에서 한국은 총 16체급 중 12체급에 출전, 금메달 8개 이상을 노린다.

-<조선일보 2010.11.17 2면 광저우 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