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은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기회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가 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세계의 경제대국 중 하나로 성장한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도 나왔고, UN 사무총장도 나왔다. 남녀 골퍼들은 세계 대회에서 연일 우승하고 있고 어린 낭자들은 세계축구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미국에서 팔리는 3DTV 5대 중 4대는 한국산이며, 전 세계에서 팔리는 휴대전화 10대 중 3대는 한국산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쳤을 때 가장 먼저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가 아시아의 조그만 나라인 대한민국이다.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대 경제위기로 불리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세계 주요 국가 정상들의 모임이 G20 정상회담이다. 서구 선진국가에서만 열리던 이 회담이 이번에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다. 또한 2008년 이후 각국이 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2년여간 진행한 국제적 논의를 서울 G20 정상회의서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에 전 세계 이목이 쏠려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G20 회의의 서울 개최는 국격(國格)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볼 수 있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1995년 10월, 뉴욕에서 유엔 창설 50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이 회의에 참석하는 세계 170여 개국 정상들의 숙소가 대부분 맨해튼에 위치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라. 170개국 정상들이 한꺼번에 숙소에서 나와 유엔본부로 움직이면 맨해튼 시내 교통이 어떻게 되겠는가? 또한 한 개국의 정상이 유엔본부에 도착하고 일행이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1분씩만 잡아도 총 170분이 걸린다. 맨 먼저 도착한 국가의 정상은 맨 마지막 국가원수가 도착할 때까지 유엔본부에서 최소 170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당시 보다 늦게 도착하고, 보다 먼저 출발하기 위하여 각 국가의 선발대는 피나는 로비를 해야 했고, 도착과 출발 시간이 바로 그 국가의 국력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번 서울 G20 정상회담에서도 마찬가지의 일이 벌어질 것이다. 30여 개 국가의 정상들과 국제기구 대표들은 각각의 숙소에서 출발하여 모터케이드를 구성하여 행사장으로 향할 것이고, 이들 모터케이드는 동서남북에서 행사장으로 몰려들 것이다. 경호안전통제단에서 시간차를 두고 지휘하면서 막힘없이 이들 모터케이드를 도착시키는 과정은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극적인 장면이 될 것이다.
또한 동시에 이들 정상들의 안전도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국제무역 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의 직·간접적 경제효과가 31조 원이 된다고 한다. 단지 경제적 효과가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남북대치의 특수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지정학적 특성에 의해 우리의 위험지수는 항상 높게 평가되어 왔다.
미국에서의 9·11 테러, 영국의 지하철 테러, 스페인의 열차 테러 등 선진국가에서도 끊임없는 테러사건이 발생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국제적 신인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남북긴장 고조 상황에서의 조그만 안전사고는 우리에게는 치명적이다. 특히 세계 주요 정상들이 참석하고 있는 동안에 발생되는 테러사건은 우리의 국제적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며, 이로 인한 결과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2000년 아셈회의 이후 대규모 국가정상회담이 G20 서울 정상회의이다.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다면 우리는 세계의 중심에서 더 큰 규모의 회의들을 개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실패한다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이것은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인 것이다. G20 서울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발판으로 경제문제를 비롯한 글로벌 어젠다를 풀어내는 데 주도적 입장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분명히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명실공히 세계 리더국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이번 G20 정상회담을 조그마한 사고도 없이 반드시 성공적으로 마쳐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대전일보 2010-10-27 22면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