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꽃 무궁화 왜 이런 대접 받아야 하나

나라꽃 무궁화에 대한 인식이 점차 희박해지면서 앞으로는 어린 학생들이 우리 무궁화가 국화(國花)라는 사실조차 모르게 될 우려가 높다. 애국가를 비롯한 여러 층위의 이미지 환기와 수사학에 널리 인용되는 무궁화에 대한 관심과 보호수준은 초라하다 못해 무관심, 황폐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엊그제 국회 심대평 의원이 밝힌 중앙부처, 지자체의 무궁화 관련 예산편성 실태는 지금 무궁화가 처한 곤경의 실상을 보여준다.

연면한 민족정서와 자주의식 그리고 우리의 독특한 문화코드를 표상하는 무궁화는 근래에 들어 개체 수 감소에 따라 찾아보기도 어렵거니와 병충해에 약하고 생육에 어려움이 많다는 오랜 부정적 고정관념으로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것이 사실이다. 벚꽃이 일본문화와 국민정서를 함축하는 상징물로 널리 인식되었고 네덜란드 튤립, 캐나다의 사탕단풍, 싱가포르의 양난 등은 해당 국가를 상징하는 국화로 높은 관심과 보존정책 아래 독특한 입지를 구축하는 동시에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주무부서인 행정안전부에서조차 2008년 이후 단 한 푼도 무궁화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고 서울시 역시 그러하다. 특히 서울의 경우 '디자인 서울'이라는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사업예산을 집행하고 있음에도 그 근간이 되는 나라꽃에 대하여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충청권 3개 지자체는 각기 5000만 원부터 1억 3000여만 원 선의 예산을 배정했지만, 지역에서 느끼는 무궁화에 대한 체감온도는 여전히 냉랭하다.

눈에 보이는 공간조성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무궁화에 대한 애착과 지식 그리고 나라꽃으로서의 입지외연이 앞서야 한다. 이를 위하여 우선 법률제정을 통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데도 2008년 제출한 '대한민국 국화에 관한 법률안'은 햇수로 4년째 아직 상임위에 계류 중이라는 현실은 국회의원 등 지도층의 무궁화에 대한 무개념과 협소한 문화감각을 보여준다.

지금처럼 국론이 분열되고 대내외적 난제가 산적한 시기에는 국민정서를 보듬고 민족정체성을 일깨우는 상징물로서의 나라꽃 무궁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국회는 당리당략과 여론영합에만 치우치는 입법 활동을 지양하고 대승적인 안목으로 나라와 민족의 정서적 충일감과 자존고취, 정체감 확립에 크게 유익한 무궁화 관련 입법을 한시바삐 서두르기 바란다. <충청투데이 사설 21면 2011.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