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진통일추진위'  

100년 전 독립 못해 근대화 실패 지금 통일 못하면 선진화도 실패

통일은 반드시 오고 갑자기 온다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20세기 초 이 땅에는 대한제국이 있었다. 대한제국은 1897년 고종황제가 두 가지 꿈을 가지고 세웠다. 하나는 '근대국가'의 건설, 다른 하나는 '자주독립'의 달성이었다. 고종은 광무개혁을 단행하면서 13년간 혼신의 노력을 하였다. 상공업 육성에 주력하고 근대적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북경이나 동경보다 앞서서 서울에 전차를 놓고 전국토지조사를 하고 전기·전신·철도 부설을 추진했다. 독립문을 세우고 독립신문 발간을 지원했으며 헤이그 밀사 등을 보내 세계만방에 대한의 자주독립을 주창했다. 그러나 '근대화'와 '독립'을 향한 대한제국의 꿈은 실패로 끝났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났다. 지난 100년 중 전반 50년은 좌절의 역사였고 후반 50년은 승리의 역사였다. 독립의 꿈은 1945년에 이루어졌으나 곧 분단으로 이어졌다. 근대화의 꿈은 1960년대 와서야 비로소 본격화되었다. 다행히 그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여 오늘날 우리는 당당히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 아직 분단은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21세기 대한민국은 두 가지 꿈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선진화'이고 다른 하나는 '통일'이다.

  그런데 100년 전과 너무도 유사하게 지금 동북아에는 냉전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되고 있는 과도기이다. 과거에는 욱일승천하는 일본의 제국주의가 우리 독립을 유린했으나, 오늘에는 대국 굴기하는 중국의 패권적 중화(中華)주의가 우리 통일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또한 100년 전에는 개화파와 수구파의 국론분열이 심각하였는데 지금은 자유통일, 적화통일, 평화위장의 분단유지세력이 혼란스럽게 갈등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100년 전에도 '근대화와 독립'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목표였듯이 오늘의 '선진화와 통일'도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목표라는 것이다. 과거 독립의 실패가 근대화의 실패로 이어졌듯이 오늘도 통일이 실패하면 선진화도 실패하게 된다. '김정일 이후'를 남북통합의 시대로 전환시키지 못하면 동북아에 '신냉전'의 갈등이 시작돼 결국 선진화도 어렵게 된다. 반드시 통일에 성공해 신동북아 평화시대를 열어야 선진화도 성공한다. 따라서 우리 통일은 한반도의 선진화를 향한 통일, 즉 '선진통일'일 수밖에 없다.

금년 8·15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통일문제를 제기한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었다. 문제 제기는 옳았으나 그 이후 통일비용 논의로만 이어진 것은 잘못이다. 세계변화를 보는 안목과 역사의식의 부족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대통령의 통일문제 제기가 있었는데도 정부에서 아직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는 것이다.

시급히 '선진통일을 위한 민관합동의 대통령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1995년 우리 정부는 세계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총체적 국정 개혁을 목표로 '세계화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정부 부처 장관들과 민간 최고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가하는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 총리와 민간대표가 공동의장이 되어 교육·노동·복지·공공 문화 등 일련의 세계화 개혁을 추진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 정부는 민관합동의 '선진통일추진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우선 선진통일을 위한 국론통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왜 통일을 해야 하고 어떤 통일을 어떤 과정을 통해 해야 하는지, 통일을 지연 내지 회피하면 한반도와 아시아에 어떤 불행이 오는지 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전 부처가 '통일과정에 대한 정책준비'에 나서야 한다. 북한 급변 시 과도기 관리와 그 이후 북의 체제이행과 남북경제통합 그리고 정치통합의 순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사법·금융·재산권제도의 개혁과 산업구조, 교육과 노동, 사회와 문화의 통합과정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물론 지역안보와 국방문제에 대하여 '4강(强)과의 사전합의'를 끌어내는 문제와 통일과정에 외국의 경제협력과 정치적 지지를 극대화하는 문제 등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금년 봄 한국을 방문한 독일 대통령이 비공식모임에서 세 가지 충고를 주었다. '통일은 반드시 온다. 통일은 갑자기 온다. 통일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산사태처럼 몰아닥칠 통일의 기회를 반드시 통일의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 비록 20세기 초에는 근대화와 독립에 실패했지만 21세기 초에는 반드시 선진화와 통일을 성공시켜, 22세기 후손에게 자존과 자긍의 역사를 물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