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와 브라질리아

1960년 완공된 브라질의 행정수도 브라질리아는 50여년이 지난 지금, 꽤 성공한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부대시설과 산업기능이 부족한 데다 많은 공무원이 이주를 거부, 도시공동화 현상이 심각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위성도시를 포함, 인구 260여만명의 안정된 도시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다.

브라질리아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는 충분한 교육시설이 꼽힌다. 브라질 최고 대학의 하나인 브라질리아대학(University of Brasilia)을 포함, 8개의 고등교육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엘리트 공무원들의 어린 자녀를 대상으로 한 교육시설들도 수준급이라고 한다. 브라질리아 주립학교 교사의 월평균 소득은 주정부 공무원 보다 높은 편이다.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부결로 실망하는 사람들도 많았겠지만, 세종시는 어쨌든 우리가 성공시켜야 할 과제임에는 분명하다. 애당초 우려했던 것처럼 세종시를 '유령 도시' 혹은 '홀아비 도시'로 전락시키지 않기 위해선 교육시설의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 하지만 최근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당초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큰 편이다.

세종시 원안에 따르면 세종시로 내려가는 중앙부처 및 기관의 공무원은 9부2처2청의 약 1만여명이다. 얼추 중앙 공무원의 절반가량이 이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이전 대상 공무원 중 본인과 가족들이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비율은 53%에 그쳤고, 혼자 이주하겠다는 공무원도 35%에 이르렀다. 주거를 옮기지 않고 출퇴근하겠다는 응답도 12%에 달했다. 단순 계산으로, 3만~4만명의 이주 예상자 중 최소 1만명의 숫자가 비는 것이다.

이주를 꺼리는 이유의 첫 번째는 역시 자녀 교육 문제(43%)였다. 배우자 직장 문제는 두 번째(40%)였다. 서울에 버금가는 교육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세종시가 성공하는 필수조건임을 설문조사 결과는 잘 말해주고 있다.

현재 세종시엔 150여개의 유치원, 초·중·고등학교가 들어설 계획이다. 2~3개의 대학 캠퍼스도 설립될 예정이다. 개수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학교의 수준은 서울에 비해 턱없다. 모셔올 선생님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은 꿈도 못 꾸고 있다. 외국의 일류 학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는 얘기도 없다. 세종시를 충청남도와 별도의 광역학군으로 대우하는 방안은 세종시 특별법안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원안이 옳네, 수정안이 옳네 정치권이 싸움박질만 거듭했지만, 정작 그 뒤처리에는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의 세종시는 브라질의 브라질리아보다 훨씬 여건이 나쁘다. 브라질리아는 입법·사법·행정부가 모두 옮겨간, 문자 그대로의 수도지만, 세종시는 수도를 둘로 쪼갠 '반쪽 수도'에 불과하다. 수도 이전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받았으면 미련 없이 생각을 접는 것이 마땅했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아집과 정치권의 타협으로 생겨난 것이 바로 어정쩡한 세종시였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세종시 원안의 단점을 보완하고 세종시를 안착시키는 방안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비단 교육시설 문제뿐 아니다. 세종시 이전으로 경제부처들이 시장(Market)과 더욱 유리되는 상황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만 있을 것인지, 정치권은 하루빨리 대안을 찾아야 한다.

<조선일보 2010.9.20 강효상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