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진출은 영토 확장이다[아침논단]

우주는 좁은 2차원 국토를 3차원으로 확대시킨다. 국민의 시야도 넓힌다…

선진국보다 40년 늦었지만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나로호의 2차 발사 실패가 남아공 월드컵 축구 열기로 서서히 잊혀 가는 느낌이다. 불과 3주 전에 흰 연기를 뿜으며 발사대를 힘차게 떠오르는 순간의 감동과 환호는 137초 후 로켓 폭발과 함께 탄식으로 변했다. 2차 발사의 성공을 섣불리 확신한 국민의 염원이 안타깝게도 외면되고 마는 순간이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밤을 잊고 전력을 다해 온 우리 연구진들의 허탈감이 가장 컸을 것이다.

사실 과학기술 분야는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며 성장해왔다. 우주 강국들도 여러 번의 발사 실패를 겪었다. 8년간의 나로호 개발과 두 번의 발사를 통해 세계 13번째로 우주센터를 건설하였고, 발사체 기반 기술을 얻었다. 나로호의 발사 경험은 우리 기술로 쏘아 올리는 한국형 우주발사체 'KSLV-2' 개발에 아주 소중한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우리의 우주개발은 선진국에 비해 40년 정도 늦은 1990년대에 시작되었다.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과감한 투자, 선진국과의 꾸준한 공동연구, 우수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면 반도체와 조선(造船) 산업처럼 우주개발 분야도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첫 원정 16강에 진출한 우리 축구 대표팀도 유소년 축구 지원, K-리그의 활성화, 선수들의 해외진출, 과학적 훈련 및 준비를 해오면서 50여년간 끊임없이 도전해왔기에 오늘의 쾌거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나로호 발사 실패를 극복하고 우주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까. 우선 1차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발사의 실패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지금의 실패는 향후의 성공적 발사를 위한 소중한 자료가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두 번의 발사에서 실패하면 1단 로켓 엔진을 다시 제공받기로 맺은 러시아 측과의 협약에 따라 또 한 번의 발사 기회가 남아 있다. 우리가 개발한 나로호 상단의 완벽한 검증을 위해서는 나로호의 추가 발사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3차 발사 준비로 정작 중요한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이 지연되는 데 따른 추가 비용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그 타당성을 심각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우주발사체의 핵심인 추진체의 기술 개발을 시급히 앞당겨야 한다. 언제까지나 이번처럼 러시아나 외국의 추진체에 의존할 수는 없다. 남의 기술에 의한 성공보다는 자체 개발에 의한 기술 축적이 더 중요하다. 사실 추진체 기술은 탄도 미사일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으로 그동안 개발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처럼 과학 위성 개발을 앞세워 추진해 나간다면 현명하게 피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실패를 계기로 우주 개발에 관심을 잃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더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를 해야 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주로의 진출은 2차원의 제한된 국토에서 3차원으로의 영토 확장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구와 우주를 탐사하는 인공위성 탑재체가 우리 국민의 시야와 활동 무대를 우주공간으로 넓혀주기 때문이다. 일본은 현재 고갈되어 가는 주요 자원인 희귀 금속 확보를 위해 달 왕복 탐사선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이는 언젠가는 현실화된다. 그때 우리는 어떤 위치에 있을지를 항상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주개발은 최첨단 산업과 과학기술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므로 과학 강대국 그리고 군사 강대국으로 가는 필수 조건 중의 하나이다.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하자 충격을 받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수학·과학 교육과 과학기술 분야를 대대적으로 개혁한 것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우주개발 기술은 관련 산업분야에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 효과를 유발한다. 발사체, 인공위성과 탑재체의 제작 기술은 곧바로 최첨단 산업기술로 응용이 가능하며 고부가가치의 상품 생산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우리의 미래가 달린 우주 개발이 한두 번의 실패로 흔들릴 수는 없다. 정부의 꾸준한 투자, 과학기술계와 산업체의 부단한 노력이 절실하다.

새끼 원숭이는 곧잘 나무에서 떨어진다. 그래도 다시 나무에 오른다. 나무 위를 자유자재로 다니는 모든 원숭이는 그렇게 자랐다. (조선일보 2010.6.29 서울대 물리천문학 김수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