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퇴역 航母를 서해에 띄운다면…

▲ 앤드루 남·재미 유학생 19일자 A1면에 한·미 양국이 서해에서 북한 잠수함에 대한 경계강화를 위해 합동 대잠수함 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보도를 봤다. 이 소식을 접하자 필자는 최근 미국에서 본 TV프로그램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낡고 무장해제되긴 했지만, 멀쩡한 항공모함을 태평양 한가운데에 빠뜨리는 중계였다. 2차 세계대전 때 활약하던 항공모함을 물속에 가라앉혀 물고기 집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미 퇴역한 항공모함이 필요도 없고, 해체해서 고철로 쓰기엔 비용이 너무 들기에 그런 것 같다. 다른 나라에 팔 수도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바다에 빠뜨릴 항공모함이면 우리가 가져다 수리해서 서해에 띄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미국도 그냥은 안 줄 테니 우리가 항공모함을 수리한 후 미 공군과 같이 쓰자고 제안해 보자. 우리는 해상 전투기를 신규로 구매하지 않고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활동하던 미 공군 전투기가 서해에서 뜨고 내리는 훈련을 하기만 해도 항공모함을 유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는 항공모함을 수리할 재원만 내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서해에 항공모함이 있다면 군사적으로 그만한 전략적 요충지가 없다. 평양을 15분 내로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서해 해상기지가 있으면 우리나라를 지키는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다. 북한은 이런 항공모함을 어뢰로 공격하기엔 위험이 너무 크다. 미국도 후텐마 일본 공군기지 이전 문제로 머리가 아픈데, 중국과 북한에 가장 가까운 바다에 24시간 비행할 수 있는 군사 기지를 공짜로 얻을 수 있고, 일본 기지 이전에 따른 전력 공백도 메워주는 부수효과도 노릴 수 있다.

물론 아시아에서 항공모함을 가진다는 게 중국·일본을 자극하고 군사적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항공모함을 도입하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시기는 없다. 한·중·일·러시아 모두 북한 핵개발을 저지하고 싶고, 전쟁 억지를 하고 싶다. 일본은 미국과 이미 공군기지 문제로 관계가 좀 멀어져 있고, 중국도 북한이 도발을 한 정황이 분명해진 이상 강력히 반대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우리나라 조선업은 세계 최강이다. 노후 항공모함을 수리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

이 기회를 우리 조선업계는 미국 해군함 개·보수를 도맡아 할 수 있는 발판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 미국의 퇴역 항공모함을 가져와 수리해서 천안함 사태 2주년이 될 때쯤 백령도 앞바다에 띄운다면, 이것이야말로 지금 웃고 있는 북한의 입을 쏙 들어가게 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보복이다.

<조선일보 2010.5.21 오피니언 앤드루 남·재미 유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