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統獨)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1989년 11월 9일은 28년간 지탱해온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날이다. 베를린장벽 붕괴에는 국·내외적 요인들이 상호작용했다. 국내적 요인으로는 먼저 동독은 정치적으로 당이 권력의 유일한 소유자라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실현 될 수 없었고, 경제적으로는 낮은 생활수준과 느린 계획경제로 인해 공급이 열악한 상태였다. 대외적 요인으로는 고르바쵸프의 신사고에 인한 체제 선택의 자유를 들 수 있는데, 이것은 브레즈네프 독트린의 철폐를 의미하는 것으로 동유럽과 동독의 변화를 가져왔다.

 1975년의 헬싱키 프로세스는 동방세계의 국가적 존재를 보장하는 대신에 인권존중, 기본권 및 자유권의 보장 그리고 인도적 분야에서의 공동노력에 대한 요구사항도 내포됐고, 서독의 통일정책(아데나워의 서방정책, 브란트의 동방정책, 콜의 역동적 통일정책)은 동독을 압도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이와 같은 동독의 국·내외적 조건으로 동독주민들에게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1989년 봄부터 1990년 10월3일 독일이 통일 될 때까지의 시기는 그야말로 극적인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독일통일과 유럽통합을 가능케했고, 미·소 냉전을 종식시킨 세계사적 사건이다. 유럽은 더 이상 구조적으로 전쟁을 할 수 없게 만들었고, 독일은 유럽의 통합 속에서 통일의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점점 중심국가로 격상하고 있다. 통일 후유증 문제는 오로지 시간, 인내 및 상호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40년 이상의 상이한 이데올로기와 체제를 가졌던 동·서독은 그 내적 통일에서 보통 1~2세대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보고 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독일 통일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한다. 자유·평화통일, 안보와 통일과의 관계, 남북관계의 제도화문제, 탈북자 보호정책, 논쟁문화를 통한 선의의 체제경쟁, 북한에 대한 정보제공 문제, 북한 인권개선, 통일의지에 관한 문제 그리고 대통령의 역할 등. 이중에서도 특히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한 노력은 북한의 핵무기를 무력화시키며, 북한 주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나아가 통일의 길을 열 수도 있다고 본다.

 히틀러와 스탈린 독재체제를 직접 경험한 독일은 어느 나라보다도 인권을 가장 관심의 대상으로 보고있다. 독일의 인권교육은 독재체제에 대한 양보 및 유화정책으로 인권침해를 제한한다든가 혹은 장기적으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환상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인권개선은 인권의 이념에 대한 확신과 그것을 토대로 한 많은 사람들의 힘의 결집을 통하여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인권을 위해 싸울 수 있다는 용기가 요청된다는 것이다.

북한의 인권보호도 결국 우리 국민들의 적극적인 북한인권 개선운동으로 전개될 때 그 실효성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조선일보 2009.11.9 A33면 김영기·명지대 북한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