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종시를 구하는 솔로몬의 지혜

 세종시 건설에 대해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는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속해야 할 사업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행정과 자원의 비효율성 때문에 사업 중단 내지는 계획의 대폭적인 수정을 주장한다. 나름대로 합리성과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는 무엇일까.

 도시개발 관점에서 보면 세종시 건설문제의 핵심은 개발수요의 부족에 있다. 계획 인구 50만명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으며, 그로 인해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 중 예정된 투자를 망설이는 회사가 적지 않다. 이는 지금까지 수도권에서 공급위주의 주택정책을 집행해온 결과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수도권의 인구는 연평균 1.21%로 성장한 반면 나머지 지역의 인구는 연평균 0.12%로 감소했다. 즉, 개발수요는 수도권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지방에서는 계속 낮아졌다. 2000년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연평균 4.23%씩 감소했으나 지방에서는 연평균 14.1%로 증가했다. 그 결과 지방은 전국 미분양 주택의 약 90%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택가격 폭등이나 전세 문제 등과 같이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왜 그런가? 이유는 간단하다. 지방에는 그러한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에 인구가 많고 적음은 바로 그 지역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구규모와 일자리 수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존재한다. 지방에서 일자리가 많지 않은 것은 지방에 기업이 없어서가 아니라 인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필요한 노동력을 구하기가 어려워 지방으로 가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지방에서는 일자리가 생기지 않게 되고, 인구가 유출되어 지방 경제가 영세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는 지방의 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도로나 산업단지와 같은 인프라 시설의 공급이 아니라 인구의 몸집을 키우는 것임을 의미한다. 저출산 시대에 지역의 인구 성장은 주로 전출과 전입의 사회적 이동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의 균형발전 정책은 기본적으로 수도권으로 이동하려는 인구를 최소화시키는 방향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주택은 인구이동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따라서 수도권의 주택문제를 공급 일변도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탈피해야 한다. 수도권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자칫 지방의 인구감소를 가속시킬 수 있다. 주택은 일반 재화와 달리 일단 건설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다. 수도권 신도시 개발은 국토의 균형개발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 인구가 계속해서 수도권으로 유입되면 지방경제의 영세성이 심해지고 성장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진다. 이것이 누적적으로 순환한다.

정부는 현재 세종시로 이전하는 행정기관을 축소하거나 다른 형태의 자족도시로 건설하는 등 여러 대안을 두고 고민하는 듯하다. 그러나 인구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행정도시를 포함한 어떤 형태든 성공하기 어렵다.

 지금 이 시점에서 세종시 건설을 어떻게 할 것인가보다 수도권에 추진되고 있는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현재처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대규모 주택공급이 지속된다면 세종시 문제는 단지 시작일 뿐, 앞으로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모든 형태의 정책에 비효율성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때 지방에는 텅 빈 산업단지와 한적한 도로, 그리고 이용하지 않는 공항 등이 도시나 지역을 오히려 흉물스럽게 만들 것이다. 수도권의 주택문제는 국토차원에서 그리고 공급차원이 아닌 수요차원에서 새롭게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조선일보 2009.10.22 김홍배 한양대 교수·도시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