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88년 대한민국에서 열린 ‘88서울올림픽’의 감동을 기억하는 이들이 아직까지 많이 있다. ‘화합·전진’의 기치 아래 전 세계 160여 개국이 참가하며 초대형 규모로 치러진 제 24회 서울올림픽을 이야기하자면 사람들의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것들이 몇 가지 있을 것이다.

서울올림픽 당시 필자는 막 걸음마를 뗀 아이였기 때문에 상세한 올림픽 장면이나 경기 내용이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떠올리는 ‘굴렁쇠 소년’과 코리아나의 명곡 ‘손에 손잡고’는 꼭 88서울올림픽과 함께 생각난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88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 호돌이다. 올림픽 당시 마스코트로 등장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대한민국이 명실상부 ‘호랑이 나라’임을 각인시켰던 호돌이는 1983년 11월 29일에 발표된 이후 2013년 11월 29일인 오늘 30살 생일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11월 28일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는 호돌이 탄생 30주년을 맞아 기념식과 기념 강연이 진행됐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호돌이 탄생 30주년을 축하하는 생일 떡 자르기 행사가 있었다. 또 앞으로 호랑이를 국가 브랜드로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기념 강연도 펼쳐졌다. 호돌이를 디자인한 김현 디자인파크 대표의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탄생의 비화’를 비롯해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의 ‘한국의 호랑이 민화와 국가 상징’ 강연, 그리고 이항 서울대 교수의 ‘한민족과 한반도의 상징, 호랑이’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이번 행사의 공동 주최자인 한국범보전기금의 이항 대표(서울대 교수)의 인사말로 기념식이 시작됐다. 그는 “국가상징동물로서 ‘호랑이’를 활용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연구를 진행하다보니, 그 연장선상에서 오늘과 같이 호돌이의 생일 잔치를 준비하게 됐다.”며 기념식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1988년 호돌이 마스코트가 한국이 호랑이의 나라임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매우 잘 해줬다.”며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 후로 잘 발전시켜 호랑이를 국가 브랜드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다소 부족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를 통해서 호돌이로 상징되는 호랑이를 어떻게 대한민국 브랜드로 성장시킬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갖고 싶다.”며 기념식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인사말을 전했다.

이항 대표의 인사말에 이어 한국민화학회 정병모 회장의 인사말도 이어졌다. 정 회장은 “호랑이는 우리 민족과 희노애락과 함께 해왔다.”며 “세계 어느 곳보다 호랑이 문화가 다양하게 발달돼 있고 호랑이와 밀착된 삶을 살아온 우리의 민족정신을 어떻게 계승하고 활용할 지가 커다란 과제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자리가 매우 의미 있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기념 강연에서는 김현 디자인파크 대표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호돌이를 직접 디자인한 김 대표는 강연에 앞서 “저희 아들 생일날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의 말을 전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 대표는 30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호돌이가 탄생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1981년 독일 바덴바덴 IOC 총회에서 88올림픽 개최지로 서울이 공식 발표된 뒤, 이듬해인 82년에 올림픽조직위원회가 국가 역사 이래 최대 행사를 앞두고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상징물 현상 공모를 진행했다.

총 130여종의 상징물로 4,344장의 엽서가 응모됐고 호랑이, 진돗개, 토끼, 까치, 다람쥐, 거북이, 학, 원앙 등이 응모됐는데, 그 중 1위를 차지한 호랑이가 대한민국의 상징물로 결정됐다. 이어 1983년에는 디자이너 7명을 대상으로 지명 경쟁을 실시, 3개월에 걸쳐 2명씩 상징물 디자인을 제출하는 과정을 가졌고, 이렇게 접수된 14점 중에서 김 대표의 작품이 채택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마침내 1983년 11월 29일,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호돌이의 엠블렘과 마스코트 디자인이 발표됐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애칭을 공모했다. 총 2,295종의 이름이 6,117장의 엽서를 통해 응모됐으며 호돌이는 396표를 받아 1위로 이름을 굳혔다.

김 대표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2008년도에 역대 올림픽 마스코트 인기 순위를 선정하는 행사가 진행된 적이 있는데 1등이 80년 모스크바올림픽의 미샤, 2등이 92년 스페인올림픽의 코비, 그리고 3등이 바로 88년 서울올림픽의 호돌이였다.”며 “동메달을 수상한 것만 해도 매우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고 웃으며 전했다.

이어진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의 ‘한국의 호랑이 민화와 국가 상징’ 강연에서는 주로 민화 속에 등장하는 한국 호랑이와 그 호랑이를 대하는 우리 민족 정신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윤 회장은 “우리나라 민화에 나타나는 호랑이의 모습이나 그 이미지, 표정 등이 해학적이고 재치있는 호랑이로 표현됐다.”며 “민화 속의 호랑이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고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스토리가 많아 우리 민족의 근본문화와 정신이 잘 담겨져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강연을 통해 감상했던 많은 민화의 작품에서 본 호랑이는 우리 민족 특유의 정서를 담고 있고,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우리만의 호랑이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김 대표의 강연을 통해 왜 호랑이가 대한민국의 국가 상징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우리 민족정신과 연결시켜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다.

윤 회장의 강연에서 문화적 측면에서 호랑이가 한민족을 대표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면, 마지막으로 진행된 이항 서울대 교수의 ‘한민족과 한반도의 상징, 호랑이’에 대한 강연에서는 생태계적 측면에서 호랑이가 왜 한반도와 가장 어울릴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이항 교수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호랑이의 이미지에 대한 예비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강인하다’, ‘멋지다’, ‘용맹하다’, ‘우아하다(위엄있다), 신비(고귀)하다’와 같이 긍정적인 이미지가 많았음을 제시했다. 이어 “이는 미래 한국의 긍정적 이미지와 상당히 일치한다고 볼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호랑이는 단연 한반도의 최적의 상징 동물”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 마스코드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호돌이가 등장한 1988년 이전과 이후로 호랑이를 올림픽 상징으로 삼은 나라는 없었으며, 주요 국가 중 호랑이를 국가 상징으로 내세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그리고 호랑이를 국가상징으로 활용한 88올림픽 마케팅은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우리 국민 모두의 관심과 애정을 담아 호돌이 그 이후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할 때인 것 같다. 우리 민족은 평생 호랑이 이야기, 호랑이 속담, 호랑이 그림에 둘러싸여 살면서 독특한 호랑이 문화를 형성시켜 왔다. 이제 그 호랑이를 브랜드화하기 위한 조직적, 체계적인 움직임을 통해 대한민국 상징동물로서의 호랑이를 국가 브랜드로 활용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나가길 기대해 본다.

정책기자 한아름(프리랜서) 2013.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