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도안된 나라문장

기록에 있는 국가상징인 나라문장은 1963년 서울미대 민철홍(디자인)․권순영(공예) 교수 두 분을 위촉해 시안을 만들어 이를 토대로 결정되었다. 이보다 먼저 각계의 권위자와 관계인사로 구성된 나라문장 제정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현상모집을 했는데 202점의 도안이 접수되었으나 당선작이 없었다고 한다.

나라문장은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휘장으로서 외국에 발신하는 공문서․국가적 중요문서나 기타 시설․물자에 국가표식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만들어 졌다. 도안에는 태극마크와 무궁화가 들어가 있다. 무궁화를 감싸고 있는 원형모양은 나라를 보호 육성하는 것을 상징하고 전체적인 원형은 무궁한 발전과 평화를 의미한다. 리본에는 “대한민국”을 기입해 우리나라 문장임을 알리고 있다.

나라문장 제정안(1696호)을 1963년 12월 5일 제122회 각의에 상정, 심의되어 통과되었다. 후에 각령 제1671호(12.10)로 제정되어 이듬해인 1964년 1월 1일부터 사용되었다. 그 뒤 법령한글화 방침에 따라 전문을 한글로 표기하기 위해 개정안(973호)이 1970년 6월 16일 제46회 국무회의에 상정되어 대통령령 제5151호(7.3)로 개정되었다. 2차는 2006년에 대통령령 제19513호(6.12)를 근거로 개정되었다.

원형의 폭이 최초 64㎜였다가 62㎜로 바뀌었으며, 매듭 안쪽은 36㎜였는데 1차 개정 당시 35㎜로 바뀌었고 2차 개정에서 원상태인 36㎜로 돌아왔다. 무궁화 꽃잎 중앙에 나온 부분이 5개에서 10개로 변했다가 다시 5개로 돌아왔다. 무궁화모양이 다소 상이하며 도안과 같이 무궁화 아랫부분 리본에 ‘대한민국’을 없앴다가 다시 썼다. 나라문장은 정부의 중요한 공식문서인데 1차 개정 당시에는 사진과 같이 모양이 엉망이었다.

최초 나라문장의 제작시기와 관련해서는 시안을 처음 만든 분들도 나라문장 제작시기를 잘 모르거나 자서전에 1967년으로 적은 것이 발견되었다. 1967년으로부터 4년 전 관보(63.12.10)에 도안이 게재되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른 분이 만든 것이 아닌가를 의심했다. 처음도안을 제작할 때는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나 학 등을 넣자는 의견이 거론되었지만 다른 상징문장인 경찰 심벌마크 등을 참고해 나라문장을 도안했다고 한다.

최초로 나라문장을 만들어 통과시켰을 때 외곽에 리본을 두르고 무궁화 표시 아래 부분에 태극의 청색과 같은 청색바탕에 백색으로 대한민국을 써서 제출했는데 여기에 대한 반대자가 없어 이 도안으로 최종 결정되었다고 한다.

최근 나라문장을 비롯하여 국가상징 전반에 대하여 연구하는 분이 없는 것은 아쉽다. 필자는 나라문장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한 정부 담당관이 20여 년간 현직에 근무하면서 쓴 책 ‘이제 통일한국의 상징을 준비할 때다(삶과 꿈 03.1.10)’의 연보에 1차 개정시기가 1970년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고 여기에 더 이상 의문을 갖지 않았다. 담겨진 깊은 뜻도 알려지지 않아 없는 것으로 알았다.

동양사상 태극을 서양사상 리본으로 감싼 동서양 조화

나라문장 제정위원회에 참여했던 당시 서울대 서세옥 교수(동양화)를 통해 나라문장 도안의 의미에 대해 보다 자세히 들을 수가 있었다. 나라를 세운지 15년이 지나도록 나라를 대변하는 휘장이 없었는데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의 지시로 착수되었고 이는 박 전 대통령의 남다른 국가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최초의 나라문장으로부터 지금까지 한글만 사용된 것을 보면 국가의 독자적인 문화를 알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이는 태극기 창안자를 박영효로 알고 있는데 사실 그보다 4개월 앞선 1882년 5월 조미조약체결 당시 통역관인 이응준이 처음으로 태극모양을 그렸다. 또 태극문양의 원조는 주염계의 태극도설(1070년)로 중국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그러나 필자는 중국보다 400여년 앞선 삼국시대라고 주장한다.

태극문양이 그려진 경주 감은사는 신라 신문왕 때(682년) 지어졌고 나주 복암리 고분 옛 건축물에서 나온 태극문양이 새겨진 나무판은 이보다도 20~30년이 앞서고 있으니 근거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고려시대 허재 석관(1144년)과 충주 예성신방석(1277년), 종묘정진 나무기둥(1608년) 등의 태극문양을 사용한 유물들이 발견되었다.

우리나라에 중국의 태극도설을 비롯한 정주학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1324년보다 먼저 우리민족이 태극문양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양은 중국의 태극문양과는 다르게 좌우로 휘어진 모양이다. 이러한 내용이 지난해 5월말 동국대 한철수 교수의 논문에서 주장되었으며 최근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다.

도안에 나오는 나라꽃 무궁화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문헌 중의 하나인 산해경에 나온다. 저자 백익은 4200년 전의 인물로 한반도 역사에 대비시켜보면 단군조선 시기에 살았던 사람에 해당된다. 군자의 나라가 북쪽에 있는데 그 땅에는 무궁화가 많은데 이 꽃은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진다. 신라의 효공왕이 당의 광종에게 보낸 국서에는 이 무궁화가 근화향이라고 표현이 되었다.

무궁화가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 자생한 것은 공공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라문장에서 또한 특이할 만한 점은 무궁화를 감싸고 있는 리본이다. 리본은 직물이나 그 밖의 것으로 만들어 장식용으로 쓰는 너비가 조붓하고 긴 끈 모양으로 된 것을 말한다. 리본의 재료가 되는 천은 고대 이집트에서 일찍 사용되었고 그리스 로마에도 있었다고 한다. 리본이 원형모양으로 무궁화를 감싸고 있는 것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바로 우리나라의 무궁한 발전과 평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국가상징인 나라문장은 동양사상인 태극의 천지창조 우주원리를 내포하고 있으며 서양에서 들어온 리본으로 이것을 감싸고 있는데 여기에는 동서양사상이 조화가 되도록 의도한 결과라는 새로운 이론이 있다.

나라문장과 비슷한 심벌을 예를 들자면 경찰 심벌마크가 있다. 경찰 심벌마크의 제작연도는 1946년이다. 이 마크의 도안자를 찾지 못한 것은 아쉽다. 다만 독수리가 무궁화를 잡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형상은 나라문장과 비슷한 외형이다. 미 군정기간에 만든 것이므로 미국의 휘장에 나오는 독수리를 참고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나라문장을 이것과 비교해보면 나라문장은 원형으로 만들어져 무궁화와 태극 도안을 리본으로 감쌌으며 아래 매듭에 대한민국을 쓰고 위는 틔웠다. 이는 동양사상을 서양사상이 보호하는 형태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나라문장의 구성은 태극과 무궁화, 리본, 대한민국, 원형 등 5개 요소의 조합으로 나라의 무궁한 발전과 평화의 상징하고 있다.

반면 정부가 발행한 홍보책자(08.11월)에서는 나라문장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태극, 무궁화, 별, 대한민국 4요소의 조합이라고 적혀 있는데 서양을 상징하는 리본과 원형의 언급이 없고 대신 별을 주요 요소로 추가하나 이에 대한 논리나 근거는 찾을 수가 없다. 해설이나 도안한분은 무궁화 꽃잎 가운데 부분을 별 모양이라고 말하고 있다.

별을 중요 요소로 인정한다면 6개 요소의 조합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명칭도 나라문장이라고 부르지만 논리적이지 못하다. 나라문장은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휘장으로서 문서와 시설, 물자 등의 국가표식을 위해 만들어 졌다. 그러나 이를 문장으로 부르면 문서에 표시하는 표식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시설이나 물자 등 표현에는 적절치 못하다.

그리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국기, 국가, 국화 등의 용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국장으로 통일해야 합당하고 국민들이 혼동이 안 된다. 또 태극기나 애국가, 무궁화처럼 별도명칭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도안에 적혀있는 “대한민국”이나 태극의 깊은 뜻인 “천지창조”, 우리가 사는 “한반도” 등에서 정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