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역사] 81년 삼보서 첫 개발
국내에 공식적으로 첫 선을 보인 컴퓨터는 67년 4월 재무부 장관의 수입허가를 받은 'IBM401'이다. 당시 경제기획원 조사 통계국이 인구센서스를 위해 IBM에서 3대를 수입했는데 가동식 때는 박정희 대통령, 장기영 부총리, 김기형 과기처장관등이 참석했다.
당시 언론은 450명의 조사원이 14년6개월 동안 투자해야 할 방대한 인구조사가 컴퓨터 도입으로 1년6개월에 완료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 무렵 IBM은 물론 후지쯔 NCR 등 유명 컴퓨터 회사의 판매망이 국내에 속속 진출했다.
최초의 국산 컴퓨터가 나온 것은 이로부터 7년이 지난 74년 4월.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가 영국 GTE에서 받은 프로젝트로 사설전자교환기 제어용 컴퓨터를 조립하는 데 성공해 '세종 1호기'가 탄생했다.
산업현장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도구로 70년대 경제부흥을 도운 컴퓨터는 80년대 PC시대로 접어들어다. 현재 사용하는 PC가 국내에 소개된 시점은 80년 7월.
당시 한국전자기술연구소 부소장으로 있던 이용태 박사(현 삼보컴퓨터 회장)를 비롯해 6명의 창립멤버가 자본금 1000만원으로 삼보컴퓨터의 전신 삼보전자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삼보전자엔지니어링은 이듬해인 81년 일본 샤프의 개인용 컴퓨터를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국내 최초의 PC인 'SE-8001'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TV수상기를 모니터로 사용한 TV 모양의 PC였다. 같은해 상공부에서 국내 유일의 PC 생산업체로 지정받고 11월 캐나다에 수출하기까지 했다. 이어 82년 8비트 애플 호환기종인 '트라이젬20'을 생산했으며 12월 일본세이코엡슨과 제휴, 24dpi(인치당 찍히는 점의 수)의 도트 프린터를 내놓았다.
지금은 트라이젬. 엡슨 도트 프린터는 한 때 PC 가격보다 더 비싼 고급 주변기기였다. 삼보컴퓨터가 PC를 생산하기 시작하자 청계천 세운상가의 한국마이컴 희망전자 석영전자 골든벨 등 중소 업체들도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사용해 애플 호환기종 제품을 조립. 생산하기 시작했다.
83년 4월에는 금성사(현 LG전자)가 '마이티'라는 8비트 컴퓨터를 개발해미주로 수출하는 실적을 올렸고 동양나이론 삼성반도체통신(현 삼성전자) 대우전자 등 대기업이 PC생산에 속속 참여했다. 이어 일본 아스키의 MSX기종이 활발히 개발됐고 금성사의 '패미콤', 대우전자의 '아이큐1000' 등도 인기를 끈 제품들이었다.
84년들어 16비트 IBM PC 호환기종이 도입돼 본격적인 본격적인 개인용 컴퓨터시대의 막이 올랐다. 삼성전자의 'SPC-3000', 삼보컴퓨터의 '트라이젬88' 등이 국내 최초로 판매된 IBM PC 호환기종이다. 85년 삼보컴퓨터는 AT PC인 '트라이젬286'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이 제품의 당시 판매가격은 포니자동차보다 비싼 500만원에 육박해 최고급 PC로 대접받았다.
포항 공대에서는 교수 초빙공고에 '교수 1인당 286PC 한대씩을 준다'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제안 을 하기도 했다. 국내 PC시장은 일본계열의 MSX와 IBM PC 호환기종, 그리고 애플 호환 PC가 혼재됐던 80년대를 거쳐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IBM 호환기종으로 통합되기에 이른다.
특히 486 PC가 국내에 본격 공급되면서 PC산업은 본격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92년 91만대, 93년 129만대, 94년 149만대, 95년 165만대로 매년 100만대를 웃도는 판매실적을 올렸다. 80년까지 중대형 컴퓨터를 모두 포함해 국내에 보급된 컴퓨터 대수는 불과 522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컴퓨터가 대중 속으로 침투하기 시작한 것도 이맘때다.
96년에는 급기야 PC 보급 누적대수가 1000만 대에 육박했다. 90년대 들어 서울대 재학생이었던 이찬진 씨가 개발한 한글 문서작성 프로그램인 '아래아한글'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보급되면서 국내 PC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후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펜티엄Ⅱ 기종이 주력으로 급부상했고 어엿한 수출 주도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국내 PC 시장은 330만대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한국의 정보기술(IT)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매일경제 2001.8.13
